생체모방 칼럼 · 쉽게 읽는 임상 이야기
치아 속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크라운 씌운 치아를 다시 만들 때 — 레진 vs 지르코니아
“단단할수록 좋은 게 아니라, 자연 치아를 닮을수록 좋다.”
이살리는치과 · 생체모방 칼럼
치아에 크라운을 씌우려고 많이 깎아낸 뒤, 그 치아를 다시 만들어 줄 때가 있습니다. 이때 똑같이 ‘하얗고 예쁘게’ 만들어도, 속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치아의 운명이 갈립니다. 오늘은 그 속 재료 두 가지, 레진과 지르코니아를 쉽게 비교해 봅니다.
쉽게 말하면 똑같이 생긴 신발이라도, 밑창이 푹신한 운동화냐 딱딱한 나막신이냐에 따라 무릎에 오는 충격이 다른 것과 같아요.
그림 1. 자연 치아는 단단한 겉(에나멜)과 말랑한 속(상아질)이 짝을 이뤄 씹는 힘을 흡수합니다.
기본
치아는 원래 ‘겉은 단단, 속은 말랑’
자연 치아의 겉은 에나멜이라는 아주 단단한 껍질입니다. 속은 상아질이라는 살짝 말랑한 부분이고요. 씹을 때 단단한 겉이 힘을 받고, 말랑한 속이 쿠션처럼 그 힘을 흡수합니다. 생체모방치의학은 이 자연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자는 생각이에요.
쉽게 말하면 겉은 ‘딱딱한 헬멧’, 속은 ‘푹신한 안감’. 둘이 함께 있어야 머리를 보호하죠.
두 가지 방법
다시 만들 때, 속을 무엇으로 채울까?
크라운 때문에 치아를 많이 깎으면 속이 비게 됩니다. 그 속을 채우는 방법이 두 가지예요. 겉(에나멜 부분)은 두 방법 모두 똑같은 재료로 마감하니, 차이는 오직 ‘속’에 있습니다.
A안 · 레진으로 채우기: 말랑한 레진으로 속을 채웁니다. 진짜 상아질처럼 살짝 말랑해서 치아와 같이 휘어요.
B안 · 지르코니아로 채우기: 아주 단단한 지르코니아로 속을 채웁니다. 튼튼하지만, 상아질보다 훨씬 단단해서 잘 안 휩니다.
핵심 숫자
둘은 얼마나 다를까?
재료가 ‘얼마나 잘 휘는지(단단한 정도)’를 숫자로 나타낸 것을 탄성계수라고 해요. 숫자가 작을수록 말랑(잘 휨), 클수록 단단(안 휨)입니다.
그림 2. 레진은 자연 상아질과 거의 같은 말랑함. 지르코니아는 약 11배나 단단합니다. (수치는 문헌 기반 대표값)
오해 풀기
“단단할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 아니에요
튼튼하면 좋을 것 같지만, 치아에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속이 너무 단단하면 씹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전달하거든요. 그 충격은 치아뿌리와 맞은편 이로 고스란히 갑니다.
쉽게 말하면 푹신한 운동화(레진)는 뛸 때 무릎을 보호하지만, 딱딱한 나막신(지르코니아)은 충격이 그대로 무릎에 전해져요.
그림 3. 말랑한 레진은 충격을 흡수해 치아를 보호하고, 단단한 지르코니아는 충격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한눈에 비교
그래서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두 방법은 각각 잘하는 게 다릅니다. 어느 하나가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니에요.
항목
A안 · 레진 속
B안 · 지르코니아 속
오래가기
◎ 좋아요
△ 겉껍질이 깨질 수 있어요
맞은편 이 보호
◎ 충격 흡수
✕ 충격을 전달해요
딱 붙기 (접착)
◎ 한 몸처럼
○ 잘 붙지만 겉껍질이 약점
깨졌을 때 수리
◎ 그 자리만 때워요
✕ 다시 만들어야 해요
아주 센 힘 견디기
△ 보통
◎ 아주 튼튼
변색 가리기
△ 보통
◎ 잘 가려요
◎ 좋음 · ○ 양호 · △ 보통 · ✕ 약함 — 자연을 닮은 레진(A안)이 대부분 우세하지만, 아주 센 힘·변색 가리기는 지르코니아(B안)가 낫습니다.
선택
그럼 언제 지르코니아가 더 나을까?
정답은 ‘상황에 따라’입니다. 아래 세 가지 질문으로 갈라집니다. 위에서 아래로 통과하면 레진(A안)이, 옆으로 빠지면 다른 방법이 더 맞아요.
그림 4. 세 가지 질문 — 치아가 충분한가, 무는 힘이 보통인가, 변색을 가려야 하나 — 으로 재료를 고릅니다. 가장 급한 것은 ①입니다.
한 가지 함정
크라운 깎은 치아엔 ‘숨은 약점’이 있다
레진의 가장 큰 장점은 ‘딱 붙는 힘(접착)’인데, 이 접착은 단단한 겉껍질 에나멜에 가장 잘 붙습니다. 그런데 크라운을 씌우려 많이 깎은 치아는 에나멜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레진의 강점이 조금 약해집니다. 무는 힘까지 세다면, 이때는 지르코니아의 튼튼함이 더 어울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최고의 접착제도 ‘붙일 면’이 있어야 힘을 냅니다. 면이 사라졌다면, 작전을 바꿔야 해요.
“겉모습은 같아도, 속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치아의 운명을 가른다.”
※ 이 글은 일반 독자를 위해 쉽게 풀어 쓴 설명입니다. 실제 치료는 환자의 치아 상태에 따라 치과의사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탄성계수·생존율 등 수치는 문헌 기반 대표값)